케이아 알베리히는 눈을 뜨자마자 이것이 꿈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보이는 저 천장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라겐펜더 저택이었으니까. 내가 어제 얼마나 마셨더라……. 술 좀 작작 마시라고 친히 이런 악몽을 내려주시는군. 그래도 필름을 끊길 정도 마시진 않았는데 말이지. 누구한테 하는지 모를 변명을 늘어놓으며 침대에서 일어나자...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스파이 인생 중에서 제일 큰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접근한 이와 사랑에 빠지다니, 이런 어리석은 일은 당연히 소설 속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을 고민했다. 이대로 제 정체를 밝히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같이 떠나자고 할 것인가, 아니면 조국에 대한 충성을 다시금 새길 것인가…….’...
그 날은 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날이었다. 명성이 자자한 홀든가의 가주 생일 파티는 매번 작년보다 더 성대하게 열렸으며,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파티를 즐겼다. 늦은 시간이 돼서야 돌아가는 그들의 불그스름한 뺨을 잔잔한 바람이 식혀주자, 누구나 할 거 없이 다들 완벽한 하루라고 느꼈다. 종일 열려있던 저택의 문이 닫히면서 싸늘한 공기가 ...
로잔나 데 메데치가 200년이라는 긴 삶을 이어오면서 제일 익숙해진 일을 꼽자면, 당연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수많은 탄생과 더불어 수많은 죽음을 여태껏 옆에서 지켜봐왔기에, 로잔나는 언제나 누군가와 사이가 긴밀해질수록 그의 마지막을 떠올리곤 했다. 떠나보내고 나서 찾아오는 그리움에 의연해지도록. 하지만 오늘은 유난히도……. “...
인어의 심장을 먹으면 불로불사를 누릴 수 있다. 언제, 그리고 누가 퍼뜨렸는지도 모를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금방 사르디나 국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항구 앞바다에서 유유자적하게 노래를 부르며 인간에게 아는 척을 하던 인어들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고, 뒷골목에서 가슴이 파헤쳐진 시체만 연거푸 발견되었다. 그 일의 원흉은 당연, 제 권력을 부풀리는데만 ...
만약, 죽은 연인이 살아 돌아온다면. 나는 제일 첫 번째로 무엇을 해야 할까? 전쟁이 끝나고 난 이후의 삶은 굉장히 단조로웠다. 릭 톰슨의 능력은 여전했으나, 그동안 빠진 업무를 메우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뀐 후였다. 굳이 거리에 나가지 않아도 창밖으로 흘러들어오는 꽃내음과, 어디서 데이트를 할...
발견된 아이들의 목에는 하나같이 구멍이 나있었습니다. 고해를 하듯 목에 걸린 십자가를 매만지는 불안한 손, 그때의 기억이 나는지 여전히 공포감에 젖어있는 목소리. 무엇 하나 놓치기 싫어 반응 하나하나 느리게 관찰했던 것이 아직도 선명한데. 루드비히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애석하게도 눈앞의 광경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나, 괴물은 그의 편의를 봐주는 것처...
입김조차 얼어붙을 그런 날이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무릎까지 쌓인 눈이 무섭게 집어삼켰지만, 벨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걸었다. 아무리 신체 강화 능력자라고 한들 고통까지 무감각하게 느껴지는 건 아니었기에, 매섭게 온몸을 때리는 칼날 같은 바람이 좀 멎어들기를 바랐다. 누가 겨울에 오르는 산이 로맨틱하다고 그랬지? 두 번 로맨틱했다간 그대로...
“벨져. 우리 홍차라도 한 잔 할까?”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에 벨져는 이미 주방으로 향하고 있는 릭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래, 하고 짧게 답했다. 벌써 창가에 달빛이 내려앉은 이 늦은 시간에 단둘이 있는 날은 흔치 않았으니까. 항상 커피만 입에 달고 사는 줄 알았더니 집에 홍차도 비치하고 있었던 건가. 아마 그 홍차는 분명, 벨져 자신을 위해서 사다둔...
벨져 홀든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명을 다하는 것. 무언가를 정신없이 챙기고 있던 클리브의 눈에 간결하게 쓰인 인터뷰 구절이 들어왔다. 세상에, 이거 종전되기 전에 한 인터뷰잖아. 도대체 몇 년 만이람. 그 메모지마저 가방 속에 챙겨 넣은 클리브가 혹시라도 약속 시간에 늦을 새라 재빨리 집을 나섰다. 그러니까 장소가 리버포드의 한 카페였지. 거기서 또...
“허어.” 한눈에 봐도 자신이 지내온 미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릭은 탄식과도 비슷한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그 유명한 비엔나커피가 유래된 곳이지만, 정작 여기 사람들은 아인슈패너라는 이름으로 불러서 메뉴에 비엔나커피가 없다는 건 최근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또 여기서 조금만 가면 벨베데레 궁전이라는 유명한 곳이,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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