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란,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도구이다. 태생적으로 공포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사람의 상상력은 언제나 보이는 것보다 무한대로 더 증식할 수 있기에, 공포심을 느낄 존재 또한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길거리에 흔히 보이는 개에게도, 날카로운 주삿바늘에도 하다 못해 손톱만한 작은 벌레마저도. 그렇다면 사람은 살면서 수없이 감당해야 할 이 공...
촥. 탈의실 커튼이 걷히면서 나나가 쭈뼛거리는 손으로 치마 끝을 붙잡았다. 아무리 봐도 이건, 너무 짧은데. 한 번도 이런 과감한 길이의 치마를 입어보지 못한 나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슨 TV에 나오는 심사위원처럼 자리에 앉아 훑어보던 바스티안이 일어났다. 그의 옆에는 이미 몇 번이고 갈아입은 수많은 옷을 들고 있는 직원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서있...
질투 그만하고 얼른 주무세요, 벨져 홀든 씨! 하. 제법 당돌한 약혼녀의 답장에 벨져는 답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핸드폰을 저 멀리 치워버렸다. 질투라니, 감히 이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인정할 수가 없다. 애초에 그런 이상한 캐릭터를 좋아해서 사람 신경 쓰이게 만든 쪽이 누군데.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던 벨져가 기어코 벌떡, 상체를 일으키더니 아까 치워둔 핸...
짝! "NG!" 듣기만 해도 볼이 얼얼해지는 소리가 촬영장에 울려 퍼지자마자, 단호한 외침에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야? 저러다 얼굴이 남아나질 않겠어. 걱정하는 목소리 사이로 벌써 3번째 뺨을 맞고 있는 배우의 매니저가 후다닥 얼음팩을 들고 달려간다. 한눈에 봐도 퉁퉁 부어오른 볼을 조금 가라앉히기 위해, 조연출이 결국 10분 휴식...
"또야?" 실망한 기운이 역력한 목소리로 혹시나 해 앨범을 탈탈 털어놓아도, 더 나오는 건 없었다. 나나의 앞에 놓인 건 다섯 장의 앨범과 다섯 장의 중복 포토 카드뿐. 아무리 멤버가 세 명 뿐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단 한 장도 다른 게 안 나올 수가 있지?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포토 카드 속 얄밉게 혀를 내밀고 있는 멤버와 눈이 마주쳤다...
홀든가가 포위됐다. 그 말 한마디로 안타리우스 내부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게 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였다. 여기저기 무전을 하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 낀 이질적인 금발의 소녀는, 열심히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며 상황을 지켜볼 뿐이다. 저 얘기가 여기까지 넘어온 걸 보아, 이제 곧 니콜라스 님이 부탁한 사람이 올 텐데……. 그런 생각을 하기도 무...
와그작, 반들반들한 사과를 한입 베어 문 호레이샤의 시선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호수에 고정됐다. 호수, 사과, 그리고 고요한 이 분위기마저 모든 것이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생각해 보면 나의 행복은 이리도 큰 욕심 없이 단순한 거였는데. 위로를 받고 싶을 때마다 호숫가를 찾아왔던 어린 호레이샤는 언젠간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만약 자신...
야, 이수호 너는 만약에. 내가 악귀 들리면 어떻게 할 거냐? 천장에 걸어둔 굴비를 멍하니 바라보다 고개를 홱 돌렸다. 벌써 들렸나 싶어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댔더니, 매섭게 치는 손길이 아직은 멀쩡하네. 수호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간장 종지를 들어 밥에다 뿌리더니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 빙의된 제 형제를 상상해서 그랬다기보단, 간장을 너무 많이 뿌려서일 ...
당신은 사랑을 주기만 할 줄 알지, 받을 줄은 모르네. 이제 막 마지막 손톱을 정갈하게 칠한 참이었다. 어쩐지, 오늘 네일을 받는 내내 아무 말도 없더라니 다 끝나서야 정곡을 찌르려는 속셈이었나. 이번에도 제 연인에게 어울리게 칠해진 열 손가락을 만족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던 펠데스가 여느 때처럼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여자는 대답 대신 핸드백...
"사람은 소중한 것을 잃으면, 그게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깨닫는다고 해." 소부차크. 네 놈은 그런 걸 느낀 적이 있어? 쾅. 제 몸만한 창을 내려놓자 지면이 울리는 게 느껴졌다. 이미 버린 지 오래인 이름을 부르는 것에 반박을 해야 하는데,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이렇게 한계까지 몰아붙여진 게 처음여서일까, 혹은 제 품 안에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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