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소중한 것을 잃으면, 그게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깨닫는다고 해." 소부차크. 네 놈은 그런 걸 느낀 적이 있어? 쾅. 제 몸만한 창을 내려놓자 지면이 울리는 게 느껴졌다. 이미 버린 지 오래인 이름을 부르는 것에 반박을 해야 하는데,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이렇게 한계까지 몰아붙여진 게 처음여서일까, 혹은 제 품 안에 축...
"에이드리안은 어디 있습니까?" "지금 치료 받고 의무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계세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급한 손이 먼저 의무실의 문을 벌컥 열었다. 니콜라스의 얼굴을 알아본 이들이 가볍게 목례를 했지만, 지금 그런 걸 받아줄 여유 따윈 없다. 조심스럽게 커튼을 젖히자 본부에 돌아오기 전까지 계속 눈앞에 아른거렸던 얼굴이, 꼭 자고 있는 것처럼 조용히...
곧게 뻗은 손가락으로 흰 건반을 누르면 바로 맑고 청아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안젤라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건반 하나하나씩 눌러보는 것은, 연주하기 전 으레 하는 관습이었다. 어디 대회에 나가거나 누군가에게 공연을 보여주는 게 아닌데도, 안젤라는 피아노를 대할 때마다 항상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제가 상냥하게 대해줘야 악기도 좋은 소리를 내거든...
간악한 화이트데이를 몰아내고, 우리의 파이데이를 되찾읍시다. -파이는 인당 1개씩!- 풉. 구내식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멘트에 테트라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침부터 단내가 은은하게 난다 싶다더니, 이런 이벤트 때문이었나? 3월 14일, 일반인들이라면 화이트데이라고 너도나도 사탕을 챙겨주는 오늘. 그러나 이과 연구원들이 가득한 테트라의 직장에선 그게 ...
"저희 추리 동아리에 들어오세요!" "싫다." 어떻게 그리 매정하게 거절을! 아, 아이리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리는 소녀를 옆에 있던 남자가 재빨리 부축해준다. 소녀의 손에 들린 동아리 홍보지가 바닥에 허무하게 떨어지면서 두 사람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힌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천재 명탐정 아이리스 하베스터, 조수 릭 톰슨. 아니, 대체 누가 홍...
영감을 준 난나님 그림 (크기 줄이는 방법을 모르겠어) 넓게 펼쳐진 경기장, 사람들의 환호 소리, 후끈한 열기.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꼭 세상이 뒤바뀐 것처럼 전혀 본 적 없는 낯선 광경에 니콜라스는 느리게 눈을 깜빡거렸다. 혹시 몰라 옆구리에 끼고 온 성경책이 무안할 정도로 이 곳은, 니콜라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그도 그럴게 일단 ...
"어디서 쥐새끼 한 마리가 제 발로 들어왔나 했더니." 바스티안, 너였냐? 완전히 포박당한 채 바닥에 납작 엎드린 동그란 머리통을 보며 남자가 이죽거렸다. 바스티안 슐츠, 그 배신자의 이름을 제 입으로 부르기까지 얼마나 기다렸는가. 잡으면 저 놈의 몸에 난 흉터 모양대로 갈가리 찢어버리겠다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건만. 남자는 꼭 이런 순간이 오리라고 예상을 ...
바다는 포식자다. 평소에는 잠든 것처럼 고요히 있다가도 먹잇감을 포착하면 단숨에 파도를 벌려 집어삼킨다. 커다란 배도, 그 안에 실은 금은보화도, 하물며 살아있는 생명까지 바다는 가리는 것이 없다. 그저 제 영역에 들어온 모든 것들을 삼켜야만 만족하는 존재이므로. 간혹 저 포식자에게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는 건, 아마 제 난폭함을 세상에 널리 알리라는 의미...
"이런, 실례." 재빠르게 허리를 낚아챈 손에 반사적으로 공격 태세를 취한 테트라가, 이내 목소리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방금까지만 해도 무전으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언제 뒤로 온 거지? 뒤를 보자 이런 전장 속에서도 능글거림을 잃지 않는 금발의 헌터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 앞에 지뢰가 있었습니다. 시야를 볼 때는 바닥도 봐야죠." "...
아, 쪄죽겠다!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그늘진 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남자애들이 일제히 바닥에 드러누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7월 말의 여름. 그런 날씨에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겠다고 30분을 넘게 공을 차고 뛰어다녔으니, 아무리 날고 기는 사춘기 남학생일지라도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유독 그 땀내 나는 애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
니콜라스 클레멘츠가 달라졌다. 날이 갈 수록 수척해지는 외모와 일이 끝나면 방에 틀어박혀 도통 나오질 않고, 어쩌다 나오면 입가에 피가 묻어있는 둥.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그가 이상해졌다며 수군거리긴 했으나, 원래 이곳엔 제정신을 가진 이들이 별로 없었기에 수군거림도 금방 잦아들었다. 단 한 사람, 니콜라스의 비서인 리아 오블렌테만 빼곤.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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